협동조합 사람들 ➑ 박만희 대구경북금형공업협동조합 이사장
지자체·중앙정부 지원이 필수
중국 저가장비 금형시장 위협
청년 취업기피로 인력난 심각
임금보전·처우개선 방안 절실
정책자금 금리 낮춰 투자 유도
중소기업협동조합은 중소기업의 조직화를 통해 공동 이익을 창출하는 협업 플랫폼 역할을 수행해왔다. 하지만 급격한 대내외적 환경변화로 인해 성장의 정체를 겪고 있다. <중소기업뉴스>는 새로운 재도약을 꿈꾸는 협동조합 리더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박만희 대구경북금형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지자체와 협력해 조합이 운영 중인 차세대금형기술혁신센터 내에 금형 중소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대형고가장비 구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중소기업중앙회]](https://cdn.kbiznews.co.kr/news/photo/202506/111189_73482_2115.jpg)
“조합이 수탁 운영 중인 차세대금형기술혁신센터(트라이아웃센터) 내에 업체들이 필요로 하는 고가장비 설치 지원이 필요합니다. 대구경북은 수도권 다음으로 금형업체가 집적해 있지만, 대부분 고가장비 자체 구축이 어려운 소기업들입니다. 장비를 공동 활용해 제품을 만들어 테스트할 수 있다면 인력과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습니다.”
박만희 대구경북금형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조합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벤치마킹할 모델로 한국금형산업진흥회와 한국금형공업협동조합을 꼽는다. “두 기관은 자체적인 노력과 더불어 지자체와 중앙정부의 지원을 받아 다양한 고가장비를 구축·운영해 기업 지원과 업계 자립화를 추진하고 있다. 금형기술교육원 운영, 국제금형전시회 개최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박 이사장은 말한다.
“지역 금형산업이 자립화 기반을 구축하려면 중소기업으로 구성된 조합의 특성상, 개별 업체의 힘만으론 불가능하다”며 “차세대금형기술혁신센터에 이미 구축돼 가동 중인 2000톤·1000톤·500톤 프레스 등 장비 외에도 머시닝센터, 와이어컷팅기 등 고가 대형장비가 확보돼 조합원사에 실질적 지원이 확대되도록 지자체와 중앙정부의 지원이 꼭 필요하다”고 박 이사장은 강조한다.
국내 금형산업, DX·AI 등 필요
금형산업은 자동차·반도체·전자산업 등 모든 제조업에 필수적인 뿌리산업이다. 한 나라의 제조업 수준은 그 나라의 금형산업 수준에 따라 결정될 정도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국내 금형산업은 중국 등 해외 저가 금형시장의 위협에 직면해 있다. 경쟁력 강화를 위해 디지털 전환(DX)과 빅데이터·AI를 접목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한 상황이다. “며칠 전 부산국제기계대전(BUTECH)에 참관해서 보니, 전시회에 출품된 기계장비의 상당수가 중국산이었다”며 “중국제품의 가격은 국산의 절반도 안 될 정도로 가격경쟁력이 높다. 이젠 빅테이터와 AI를 활용해 국내 수준을 훨씬 더 높여야 한다. 다만 현장의 특성으로 인해 DX나 AI접목으로 모든 걸 다 해결할 순 없다는 한계가 있다”고 박 이사장은 지적한다.
아울러 금형산업은 내부적으로 심각한 인력부족 문제에 직면해 있다. 우리나라는 금형 생산 세계 5위, 수출 2위의 금형 강국으로 성장했다. 기술경쟁력도 세계적인 수준이다. 하지만, 3D업종으로 인식되면서 청년층이 취업을 기피해 기술인력 양성이 안 되고 있다.
“조합이 나서서 특성화고, 전문계고 등에서 금형인력을 양성하려 해도 지원하는 학생이 없어 계속 미달된다”며 “설령 입사하더라도 금형 기술인으로서 역할을 충분히 하려면 적어도 10년은 필요한데 2~3년을 견디지 못하고 모두 퇴사한다”고 박 이사장은 토로한다.
“청년층의 취업에 대한 인식변화와 더불어, 업계에서 생활하려면 어느 정도 급여가 보장돼야 하는데, 주당 40시간 기준 초봉으로 2500~3000만원을 받으면 5000만원이 넘는 대기업의 절반에도 못미친다”며 “금형산업의 전략적 중요성을 고려할 때 정책적 인센터브가 필요하다. 현장근무자에 대해 군 면제 또는 자격시험을 통한 전문대·대학 학위 인정을 해준다거나, 장기복무자에 대한 주택 마련 혜택 확대 및 청년자립적금 지원 등 실질적인 임금보전을 통해 처우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박 이사장은 강조한다.

“정부·지자체, 뿌리산업 관심 부족해”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외국인 인력 활용과 관련해 박 이사장은 “단순기능 인력은 외국인으로 대체할 수 있겠지만, 오랜 숙련과정이 필요한 기술인력은 외국인으론 한계가 있고 각 회사가 젊은 내국인력을 직접 키워야 한다”고 말한다.
박 이사장에 따르면 국내 금형업체의 90% 이상은 상대적으로 근무여건이 열악한 소기업이다. 조합원사가 주로 생산하는 자동차부품 분야 금형의 경우 수직적 연계를 특징으로 하는데, 2만여 개에 달하는 자동차부품의 최종수요자인 완성차 업체는 극히 소수인 반면 2~4차 협력업체까지 내려가는 지역의 금형분야 공급업체들은 경쟁이 심화돼 직원 급여보전도 어려운 상황이다.
“일감이 많아도 걱정, 없어도 걱정입니다. 일할 사람이 없습니다.” “직원을 채용하려 해도 급여가 안 맞습니다.”
2019년 취임한 박 이사장은 조합의 자립화 기반 구축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박 이사장은 “정부와 지자체는 미래차, 로봇, 바이오 등 첨단산업을 주로 지원하고 제조업 특히 뿌리산업에는 관심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라며 “지역 금형업계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차세대금형기술혁신센터 내에 금형분야 중소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고가장비를 구축할 수 있도록 유관기관과 적극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또 “중앙정부는 기업들이 마음 놓고 투자할 수 있도록 현재 3% 이상인 정책자금 금리를 낮춰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